한 여자 (1)....클릭

 

 

 

 

-10.-

 

 

그림에서 보았던 것 처럼 낯설지 않은 가로수 길을 좀 지나니

왼쪽으로 넓지 않은 강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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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하던 남편의 지인 K라는 사람은

 

"다뉴브강의 줄기입니다... 원강은 좀 떨어진 곳에 있지요.“ 혼자말 비슷하게 말한다.

 

강을 보고 실망했냐고 묻지는 않지만

여자가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고 계면쩍어 하는가 보다.

오래전에 비엔나에 와서 음악공부를 마치고 이곳 사립음악대학에서 강의를 한다고 얼핏 들었었다.

 

 

여자는 언제인가  읽었던 전혜린이 쓴 수필이 떠오른다.

그녀가  뮨헨유학시절  비엔나를 여름방학에 방문했었을때

처음에 시내를 흐르는  운하강을 을 보고 실망하여  시민에게 물으니,

알테 도나우강 (Alte Donau= old danube)을 가르쳐주어 찾아가서 감격했었다는...

바로 지금 여자가 보고 있는 강을 처음에 보았나 보다.

 

(ㅎㅎ 다행이네.. 미리 알고 실망도, 기대도 없으니...)

 

운하강 다리를 건너니 건물들이 역사를 나타내듯이 묵직하다.

어느새 딸애도 깨어 나서 두리번 거린다.


엄마!여기가 비엔나에요?.. 와!!..“

 

K는 딸애가 신나 하니까 덩달아 신난듯이

여기 저기 가리키며 설명한다.


여자는 조용히 앞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는다.

앞으로 한달간 지낼 곳이다..서두를 필요 없다.


"저...집으로 바로 가고 싶은데요.. 애도 피곤해하고..“

"아~그러시지요..“ 조금 실망한 듯하다.


창밖으로 보니 거리가 한산하다.

5월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두꺼운 옷을 입고 다닌다.


"저..요즘 날씨가  많이 추운가요?“

"예....그렇지요 뭐~“

무슨 소리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게 얘기한다.


K가 구해 놓았다는 집에 도착했다.

안에 들어오니 우선 천장이 높다는 것이 첫인상이다.

 

구조는 현관에 들어서자 마자   약간 간격을 두고

식탁과 커다란 식기들이 들어있는 장식장 비슷한 것이 있고

그 왼쪽에는 부엌이 있는데 썰렁하다.

그리고 식탁 마주보이는 문을 열면 제법 커다란 방에

더불침대,소파, 붙장이 옷장, 책상 등등... 그런대로 구비가 되어있다.

(피아노만 빠졌네.. 아니? 뭔 생각을 하는거야.. 한달만 있을건데..)

 

휙 둘러보고 그냥 서있는 여자의 모습에서 

그녀가 혼자 있고 싶어하는 눈치를 챘는지.

 

"저 그럼 쉬세요. 여기 전화 번호 놓았어요.내일 연락 주시고요”

K는 황망히 떠나 간다.


그가 가자 여자는 홀가분해진다.

딸애는 자기 가방에서 장난감,책과 그리고 비행기에서 받은 색연필과 스케치북을

꺼내어 책상에다 놓다가 여자를 흘깃 쳐다 본다.


"엄마!여기다 놔도 되요? 아니면 저기 놓을까요?“

소파 탁자를 가르키며 묻는다.


"그래 책상에다 놓고 써~그런데,은지야 피곤하지 않니? 뭐 좀 먹을까?“


머리를 갸웃하더니,

"엄마 우리 나가면 안되요?  동네 구경하고 싶은데...

배는 별로 안 고파요,비행기에서 많이 먹어서..“


여자는 웃음이 난다. 어쩜 애가 꼭 내맘을 읽는 것 같을까?

딸애 얼굴을 닦어주고 옷을 갈어 입히고 여자도 대충 차린후 바깥으로 나간다.


돌아 올 때를 생각해 동네 주소를 잘 보아 둔다.

조금 골목길을 빠져 나오니 하양과 빨간색으로 된  전차가 다닌다...

커브를 돌때 동동~~~동동~~소리를 내면서


 

strassenbahn 2.JPG

 

여자는 '닥터 지바고'에서 보았던 전차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혼자 빙그레 웃는 듯한 엄마를 보고 딸애도 그냥 같이 웃는다.

모녀는 똑같이 전차를 보다  또 똑같이 서로 마주보며 다시 웃는다.


여자는 주위를 둘러보다 보니,

어디서 부터 오는지 해방감이 꾸물 꾸물 일어남을 느낀다.

 

아무도 우리 모녀를 모르는 거리.

아무 누구도 알지 못하는 우리 모녀...


시계를 보니 서울시각이 자정에 가깝다.

집에 돌아 가서 전화를 할까 하다가 그냥 내쳐 걷는다.


조오기 예쁜 닭이 그려진 간판이 보인다

Wienerwald.... !비인의 숲속?


 

Wienerwaldlogo.jpg

 


안으로 들어간다.

장식이 알프스풍으로 꽃무늬가 잔잔히 들어간 것이 아기 자기 하다.


예쁜 애프런을 두르고 머리에 하얀 캡을 두른 여자 종업원이 와서는 독일어로 뭐라고 한다.

여자는 영어로 메뉴판을 달라고 한다.

종업원이 가져온 메뉴판에 사진이 들어간 음식을 보고는 적당히 하나를 시킨다.


딸애는 엄마가 영어하는 것이나 종업원이 독일어 말하는 것이나 이해도 못하면서 신기하게 쳐다본다.

종업원이 돌아가자 키득 거린다.


"왜?“

"아니...이제 정말 비엔나 온것 같아 서 ㅎㅎ 엄마가 영어 하는 것 보니까!

그런데,엄마는 저 언니  말 알아들었어요? 그리고 저 언니는 엄마 소리 알아 들었을까?...

그런데 재미있다 ㅎㅎ 엄마는?”

 

"그렇지.....아니...정말 모르는 곳인데.. 왔었던 곳 같기도 하네 ㅎㅎ”


 

새로운 곳의 저녁을 모녀는 이렇게 웃음으로 지냈다.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니 전화가 막 울리고 있었다.

한참전 부터 울리고 있었던것 같은 느낌이다.남편인가 보다..


"여보세요.잘 도착했어요.막 전화 하려고 했는데요”


"당신 말이야~,도착하자마자 전화를 주어야지.잠도 못자고 벌써 몇번이나 전화를 했는지..

어딜 나갔다 왔소? 겁도 없이 어딜 혼자서 다니요? 애좀 바꿔 줘요~“

 

남편은 걱정하다 좀 화가 난듯했다.진작 전화를 할 것을...

"은지야.아빠야..받어 봐”


딸애는 그제야 아빠생각이 났다는 듯이 눈을 깜빡거리면서 받는다.


"아빠!저 은지에요...잘 도착했어요.'

저쪽에서 뭐라고 하는가 보다 한참을 듣더니,

 

"ㅎㅎ 엄마랑 벌써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걸 먹었어요.라면은 내일 먹을께..

아빠 그럼 안녕! 엄마 바꿔줄께요.“


전화를 전해받는다.


"당신도 피곤 할테니 이제 자구려..내일 K교수가 데리러 올거요.

은지는 K교수 부인에게 맡기고 현지사람 만나구려.“

 

"아니 괜찮아요. 은지도 데리고 만나러 갈께요.그리고 K교수님 신세는 언제까지 져야되어요?“

 

" 이 사람이 뭔소리 하는거요?계약이 성사 될 때 까지는 통역이 필요 하지 않소?

 

"예,그렇긴 하지만 차라리 아주 모르는 사람으로 구하고 싶어요.

제 후배가 여기 유학 중인데,연락해서 통역전문인 사람 부탁해 볼께요.“

 

"K교수는 내선배고 처음부터 일을 중개한 사람이라,

내가 그 사람을 제하고 다른 사람으로 통역하겠다고 할 처지가 안되요..

그러니 다른 생각 말고 그대로 하고...”


여자는 천장을 보고 있다가 '그래 좀 두고 보자' 맘을 먹는다. 아직도 날짜는 충분한데 뭐.


부모가 통화를 하는 사이 딸애는 어느새 양치를 하고 있다.

전화기를 놓차마자 여자는 딸애에게 가서 머리카락을 마구 마구 헝크린다.


"아이 엄마는.. 양치도 못하게 .. 조금 있다가 만져요”

여자는 딸애의 보드라운 머리카락을 만지면 항상 마음이 가라 앉는다.

딸애도 언제부터인가 엄마가 자기 머리를 만지작 거리면 그대로 내버려두고 나름대로 즐기게 되었다.

양치를 마치자 막 달려오듯이 엄마에게 와서는 엄마 무릎에 머리를 대고 눞는다.


"엄마!이제 만져도 되ㅎㅎ 그런데, 엄마 무슨 걱정이 있어? 아빠가 화내셔서?“

(야가 정말 못 말리게 눈치도 빠르네...)


"아니,엄마는 은지 머리 만지면 그냥 좋아서 그래 ㅎㅎ”

"알았어 엄마. 나 졸리거든.. 있다  잠들면 침대에 누워 주세요..

미리 인사 해야지.. 엄마 안녕히 주무세요”


그러고는 좀 있다 스르르 잠이 들었다.


잠자리에 애를 뉘여놓고 여자는 TV를 킨다.

독일어로 뭐라고 하는데, 알아 듣지를 못하니 그냥 완전히 볼륨을 꺼버리고 무성 영화처럼 본다.

 

 

얼마를 그러고 있다.


정적을 가르고 갑짜기 전화벨이 울린다.

 

(누굴까?)


 

여보세요”

언니? 나야 현수.. 잘 도착 했어?”

"그럼~ 그러잖아도 내일쯤 전화 하려고했지.''

"아참! 내정신좀 봐.. 언니 지금 졸릴텐데..한국 새벽시간이잖아.“

"아니야..원래 내가 한국서도 밤잠이 없어서 지금도 괜찮네.“

아니 아직도 그래.. 나이도 생각하셔. 무슨20대도 아니면서..언니 그럼 내가 지금 갈까 언니한테로?“


현수는 성악과를 나온 후배였다.

한국D 기업의 합창단원으로  활동했었다.

합창단이 해산된후 쉬다가 바로 석달전에 비엔나로 유학을 온것이다.


ㅎㅎ 얘는.. 버릇이 여전 하구나.. 한국서나 여기서나..“

언니.나 요새 독일어 때문에 스트레스가 얼마나 많은줄알어.오랫만에 언니랑 한국어로 스트레스 풀어야지..“


 

여자는 순간,

이렇게 비엔나 시작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현수야.오늘은 너무 늦었네. 내가 내일 일찍 미팅이 있어서 준비도 해야 하고.

내일 오후쯤 만나자. ?“


"그럼 할수 없지.. 내가 오전에 독일어 코스 가니까 그럼 오후 세시쯤 만나.

언니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 오면 동물원 처럼 생긴 유리 카페가 있거던 거기서 만나.

찾아 올수 있쟈? ㅎㅎ 자신 없다면 내가 언니집으로 모시러 가던지..“


내가 찾아 갈께. 그럼 내일 보자.. „

" 오 케이. 구테 나흐트!"

( ㅎㅎ 독일어 스트레스 받는다더니...)


 

전화기를 놓고 나자 갑짜기 피곤함이 엄습한다.

자명종 시계를 2시로 맞춘다

아버지에게 전화를 드려야지..한국시간으로9시에.


침대맡 스텐드 불만 낮게 켜놓고

딸애가 잠자는 이불안으로 들어간다.

 

애는 정신 없이 곤하게 자고 있다.

 

…얘야~ 내 딸아...사랑해...


비엔나의 첫밤이 깊어간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