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독서나눔


평균 연령 72.

한 켜의 거품 없이 단단한 존재의 벽돌로 자기를 쌓아 올린, 자기 인생을 산 16명의 존재의 달인을 모신 김지수의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엔 주옥 같은 명언들이 너무 많아 읽는 내내 큰 울림을 주었다.

 

윤여정, 니시나카 스토무, 노라노, 최재천, 정성기, 이순재, 강상중, 정경화, 하라 켄야, 노은님, 하형록, 유홍준, 이성복, 송승환, 김형석, 마크 E 윌리엄스

 

이름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분들도 있지만, 절반은 이름조차 생소한 분들이었다.

 

한 친구는 인터뷰 글을 보다 그분이 쓴 책이 궁금해 찾아 읽었고, 그분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작가의 글까지 읽다 보니 한 명의 인터뷰를 통해 세 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러니 16명의 삶의 지혜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이분들의 솔직하고 유쾌하며 싱싱한 수다를 들으니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 들더라고 친구들은 말했다.

 

남이 내 비위를 안 맞춰주니 내가 먼저 내 비위에 맞춰줘야 한다.’는 노라노 선생의 말이 인상적이었다는 친구는 결국 인생이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정답이란 말을 했다.

어려서 엄마에게 조언을 구하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하셨던 말씀이 그때는 답답했는데 살아보니 그게 맞더란다.


무엇보다 좋은 생각이 들면 오래 생각하고 주저하면 안된다는 말에 공감한다. 늘 후회는 미적거리다 때를 놓치고 나서 드는 생각이다.

예전에 동남아 여행에서 만난 현지 가이드에게 장갑을 주지 못하고 온 것이 오랫동안 마음에 걸린 적이 있다.

 

이분의 인터뷰를 읽으며 든 가장 큰 아쉬움은 실용적이지만 고급스럽게였다.

자신의 삶은 늘 실용에만 머물렀다. 그러니 이제는 고급스러움도 함께 추구하려 한다.

 

파독 간호사에 대한 일반화의 오류를 깨게 해 준 노은님이라는 화가에게 끌린 친구가 있었다.

인터넷에서 그림을 찾아보니 그림은 잘 모르겠는데 그녀의 살아온 인생 자체가 감동을 주었다.

 

나는 자연 안의 나뭇잎 같은 존재다. 나는 우연의 산물이고 내가 없어도 자연은 순환한다. 뭔가 찾을 필요도 없다. 잃어버린 것이 없으니까.

어떤 일이든 있는 그대로 그냥 날씨처럼 받아들여라.

 

행복보다는 편안함과 감사함이 더 중요하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녀가 먼 곳에서 자신의 전시회를 보러 온 가난한 모녀에게 직원들 몰래 자신의 그림을 신문지에 싸서 선물한 일화도 인상적이다.

고마워하는 모녀에게 너무 멀리서 전시회를 해서 모녀를 고생시켰잖아. 내가 뭐라고!’

 

최재천 교수가 국립생태원 원장으로 계실 때 강연을 직접 들었다던 한 친구는 그의 열정에 큰 감동을 받았다.

언제 출근하고 퇴근하냐는 물음에 시간이 아니라 일로 답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한 사람의 열정과 지식이 지역을 살리고 나라를 살린다.

그를 통해 리더란 어떤 사람인가? 진정한 어른이란 어떻게 사는 사람인가?를 많이 생각했었다.

 

기업가이며 목회자인 하형록 목사의 favor에 대해서도 우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도 유망한 32세의 젊은이가 심실빈맥증이라는 병에 걸려 심장을 이식하지 않으면 일주일 또는 삼 주 후에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이 이식 받을 심장을, 당장 심장 이식을 하지 않으면 내일 죽을 것이라는 옆 방의 모르는 사람에게 양보한다.

다행히 몇 주 후 기적적으로 그는 새 심장을 이식할 수 있었으나 경제가 파탄 나 도저히 약값을 댈 수가 없었다. 그때 단지 이웃에 산다는 이유 만으로 옆집 부부가 봉투에 거액의 돈을 치료비로 쓰라고 준다.

그들은 평범한 회사원에 그 아내는 부자 집 청소부였다.

(후에 하형록 목사가 그 돈을 갚으려 하니 그들은 돈을 돌려받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We want to be a part of your suffering.)

하형록 목사가 차고에 차린 팀하스에 미국에서 두 번 째로 큰 신용카드 회사의 신축 가옥 공사 감리 의뢰가 들어온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당시 그 회사 부사장이 암 투병 중으로 2년 시한부 인생. 그는 하형록의 이야기를 듣고 일부러 그에게 일을 의뢰한 것이다.

이 일을 성공적으로 해냄으로 업계의 신임을 얻어 글로벌 건축 설계 기업으로 성장한다.

인터뷰 당시 그는 세 번째 심장 이식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법적으로 원래 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심장 이식은 두 번까지 이다. 그런데 그가 첫 번째 받은 심장이 알콜 중독자의 것이고, 의료법이 바뀌어 적합하지 않은 심장의 이식은 무효화 되는 덕분에 심장 이식의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진 것이다.

 

그에게 일어난 일들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는데 그는 이를 favor로 설명한다. 훼이버는 자기를 희생해서 남을 돕는 것이다. 희생이 없는 일은 그저 착한 일에 불과하며 보통 사람들도 다 그 정도는 한다. (허걱, 양심의 가책)

희생이 있어야 감동을 준다.

 

팀하스의 기업 철학은 우리는 이웃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

내가 희생하는 순간 사람들이 변한다는 하형록 목사의 말씀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노스 캐롤라이나 의대 교수로 세계 최고 노인학 권위자인 마크 윌리엄스의 말은 어떻게 나이 들어가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는 노년의 행 불행은 자기 하기 나름이며, 습관이 주는 편안함의 유혹을 이기고 잘 늙기 위한 일에 투자하면 뿌린 대로 거둘 것이라고 조언한다.

 

늙는다는 것은 추락이나 쇠퇴가 아니라 정점을 향해 더욱 성장해 가는 과정이다. (정말 이런 삶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공감은 성공적인 노화에 필수 감정이다.

노인은 젊은이에게 늙어도 괜찮다는 것을 가르쳐줄 수 있고

젊은이는 노인에게 죽어도 괜찮다는 것을 가르쳐줄 수 있다.

나이 들수록 내가 먹는 것이 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소화하는 것이 내가 된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독특해지는데, 노인의 독특함은 오랜 세월을 견딘 대가로 운명이 주는 보상이다. (부디 괴팍하고 고집스런 모습은 아니기를!)

 

1년 정도를 예상하고 시작한 치매걸린 어머니를 돌보는 일이 9년이나 이어졌다는 정성기씨의 사연, 이제는 불완전한 내가 불만스럽지 않다고 말하는 정경화, 인격의 핵심은 성실성이라 말한 김형석 교수 등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이 이토록 큰 감동을 주는 것은 그 말들이 공허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3대 구라라는 애칭이 무색하지 않게 썰을 푸는 유홍준 교수의 인터뷰 중 우리나라 미학의 핵심으로 꼽은 검이불누 회이불치와 유주학선 무주학불도 귀에 쏙 들어왔다.

 

검이불누 화이불치 :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하지 않다.

유주학선 무주학불 : 술이 있으면 신선을 배우고 술이 없으면 부처를 배운다

 

독서 후에 한 친구는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금 하는 일이 힘들어 다 정리하려던 생각을 바꿔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 일을 줄여가기로 생각했으며, 어떤 일을 할 것인가? 방향을 정하였다.

 

이 책을 읽으며 새삼 자신의 삶이 만족스럽게 느껴졌다는 친구도 있었다. 퇴직 전과 후, 하는 일의 내용은 달라졌지만 여유롭게 자기다움을 발견하고 사는 지금이 좋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자신을 칭찬한다.

 

책 속에 소개된 한 사람이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 유통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팔아주는 것을 보며, 자신도 곧 사용할 것은, 굳이 뒤에 진열된 유통기한이 많이 남은 것을 사지 않겠다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하라 켄야의 말을 생활 속에서 자주 중얼거린다. 그러면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한 친구는 자신과 다른 세계에 산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읽으며 좀 놀랐다. 요즘엔 어른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생각했었는데, 내 옆의 모든 이들이 우리 시대의 어른들이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위안도 얻고 자신감도 회복되는 느낌을 받았다.

나이가 주는 선물이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더 너그러워지고 역지사지 하며 사람을 긍정하게 되었다.

네가 있어 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상대에게 더 잘해주어야지, 이기려 들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나는 자신의 소신대로 인생을 사는 그들도 멋있었지만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빼어난 문장으로 포장을 한 김지수 인터뷰어에게도 큰 매력을 느꼈다. 말을 맛깔나게 구사하는 그녀 덕에 인터뷰가 더 마음에 와 닿을 수 있었다.

 

이어령 교수가 마지막 수업을 그녀와 함께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좋은 책을 추천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준 신영에게 감사!!!

 

2엔 옥규가 추천하는 책을 읽자.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라는 책인데

원 제목은 All the Beauty in the World

 

페트릭 브링리가 쓴 책인데

인류의 위대한 걸작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한 남자의 삶과 죽음, 인생과 예술에 대한 우아하고 지적인 10년의 회고라고 설명하네

 

나는 이 사람 덕분에 메트로폴리스 미술관을 구경하는 것 같았어.

, 이런 식으로 그림을 볼 수 있구나하면서....

 

담주 설인데 왜 이렇게 실감이 안 나지?

 

명절 잘 보내고 유쾌하게 잘 살다가 227일 저녁 8에 만나자.

 

부디 다들 건강하게 지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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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애들 아빠 9주기였어.
    그래서 1월은 항상 힘들다.
    이 책은 본지가 좀 됐지만 
    숙희 덕분에 새로운 맘으로 기억을 떠올린다.
    노인이 된다는 것은 한 편 두려운 일이지만 
    예전보다 오랜 시간을 살게돼서
    나같은 평범한 사람도 어느정도 여유를 가지며 
    삶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할 기회를 갖는다.
    그리고 끊임없이 생각이 흐르고 변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에 대해 
    ’음 그사람, 난 이런 면이 별로더라‘
    그 사람도 내가 생각했던 순간의 그 상태 그대로는 아닐텐데…
    이 책을 읽으며 몇분 어줍지않게 그런 생각을 했었던 내가 얼마나 경솔한 사람인가 생각하며
    미안한 맘과 존경의 맘이 생기기도 했어.
    이분들이 어른 노릇을 할 수 있음은 
    노인이 될 때까지 존재하시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
    자신의 생각도 다 펴보지 못한 많은 존재들에게 
    내세에서의 평화를 빌며
    존재 하나하나에 소중함을 느낀다.
    친구들아 고맙고 사랑해!
    글을 읽으며  지금  나의 시간들을 돌아본다.  고통의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해도
    감사할 수 있음에  내가 지금  잘 살고 있음을  느끼며  이런  시간을 준 모두에게 또한 감사하다.
    지난해 초부터 숙희가 제시한 책을 찾아읽기 시작했지만 참여를 망설이다
    새해부턴 참석해 봐야겠단 생각에 용기를 내었는데 멋진 시간 이었다
    읽은 후 소감이 제각각임에도 숙희의 확실한 정리에 감탄...역시 숙희 짱!!!♡
    숙희의 글을 읽으면 매번 "야~아! 어쩜~~" 하고 감탄한다.
    우리 12기의 보배.
     친구들에게 많은 것을 나누는 숙희의 글솜씨와 희생을 존경한다.
    아주 좋은 책을 읽었구나
    후기만 읽었는데도 책 한권 다 읽은것같아  너무 고마워 숙희야
    나도 '이것으로 충분하다'라고  매일 되새기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아주 생각이 많아졌어
    책 추천해준 신영이도 감사 
    좋은 독서나눔을 한 친구들도 감사 
    정리해준 숙희도 감사 
    역시 우리친구들이 최고야!